공탁금 회수 출장 - 전주는 비빔밥보다 닭갈비!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요즘. 회사에서 전주로 출장을 보냈다. 약 몇만원의 공탁금을 회수하러 말이다. KTX 비용만 약 5만원이데... 뭐 그래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가는거니 문제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소염진통제를 챙겨 들고 출장길에 올랐다.

기존 금액이 적은 공탁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외부에서 터진 일련의 횡령 사건과 맞물려 분위기가 엄해졌다.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던 공탁내역에 대한 전수조사 및 회수까지 일괄 처리하고 있다.

'왜 하필 내가 가야 하나?'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둔 채 전주지방법원에 일찍 도착했다.

8월의 전주지방법원은 너무나 더웠다


민원업무(개인회생, 공탁 등)는 본관에 갈 필요도 없었다. 본관에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별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모든 민원업무를 총괄한다. 개인회생과 관련된 공탁 건이라 2층 개인회생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그랬더니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게 대응을 해주셨다. 상당히 애매하다. 마치 노쇼 호날두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꽤 많은 분량의 복사를 직접 해야 하는 위기였지만 무뚝뚝한듯 친절한 직원분이 직접 복사를 다 해 주셨다. 역시 호날두처럼 개인 기량은 출중하다. 덕분에 손쉽게 공탁 명세를 확인하고 금액을 회수했다.

회수하는 과정은 상당히 간단한데 서류 준비가 더욱더 힘들었다. 위임장, 법인등기부등본, 법인인감증명서, 개인신분증, 사업자등록증(등록번호만 필요했다) 등이 필요하다. 만약 공탁과 관련된 업무를 위해서 법원에 간다면 사전에 서류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공탁금 회수' 스킬을 획득했다. 기분이 좋다. 마치 필살기를 얻은 케릭터처럼.

업무를 모두 마치고 전북대 앞까지 걸어오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케토제닉 다이어트 중이라 샐러드 가게로 향했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물론 샐러드가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테이블이 하나였기 때문에 그런 거다. 참 아쉬웠다. 그런데 마침 옆 고수닭갈비 집에서 한 손님이 쭉 늘어진 치즈를 먹는 게 보였다. '좋았어!'를 외치며 가게 안에 혼자 들어갔지만 1인분 주문이 망설여졌다.

차마 1인분을 주문하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던 나에게 '혼자 오셨으면 1인분 시키시는 게 당연하죠'라는 알바직원분의 말이 들려왔다. 호날두에게서 받은 상처가 위로되는 듯 했다. 지금도 참 감사하다.

너무나 완벽했던 고수닭갈비와 치즈 토핑


그렇게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지금은 스타벅스 전북대점에서 이 볼썽사나운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KTX 시간이 될 테니 서둘러 글을 마치려 한다. 아무튼 공탁금 수십억 횡령한 나쁜 놈 때문에 나는 전주에서 비빔밥이 아닌 닭갈비를 먹었다는 이야기다. 좀 황당한 결말이지만 맘에 든다. 인생은 이렇게 불확실성이 있어야 재미있는 게 아닌가? 만날 밥만 먹고 사는 나에게 전주 출장은 크림파스타와 같은 존재였다. 이제 밥만 먹고 사는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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