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저근막염 극복기 - 약 4개월간의 사투

필사즉생 필생즉사 [必死則生 必生則死 ]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다.

진짜 죽을 각오로 싸웠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이긴 거 같다. 물론 아직 방심하기엔 이르지만 말이다. 족저근막염의 근성은 박지성을 능가한다. 정말 모기처럼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약 4개월 동안.

저탄고지(케톤) 다이어트를 지속하면서 10kg 정도 감량하였는데, 이때 구두를 신고 점심시간에 열심히 걸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렇게 발병되고 나니 병원에 가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약 먹고 푹 쉬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자고 한다. 물론 실비보험은 들었냐고 물어보더라. 그리고 그 병원은 안 가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얻었는데 내 오른발이 평발이라는 점이다. 심한 평발은 아니지만, 왼발과 비교하니 확실히 평평하다. 군대 가기 전에 알았어야 할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서 슬펐지만 내 아들도 평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 아빠는 더 심한 평발) 내 아들에게 구두는 절대 신지 말라고 이야기해 줘야겠다. 아무튼 그래서 오른발만 아팠다. 5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말이다.


주변 사람들은 혹시 통풍이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통풍의 징후는 전혀 없었다. 심한 열감이나 붓기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통풍일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했다. 지금 와인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통증이 없어지고 계속 술을 열심히 먹고 있지만, 현재 아프지 않다. 통풍은 아녀서 정말 다행이다.

4개월 동안 족저근막염과 싸운 내 경험은 다음과 같다. 현재 고통을 받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본인의 개인 경험으로 맹신은 금물)

스트레칭 열심히 하라고? 건들지 않는 게 답이다.

족저근막염으로 검색을 해보면 수많은 글이 검색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스트레칭 방법이 나오는 데 공을 이용한 스트레칭, 얼린 물병을 통한 스트레칭과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는 각종 스트레칭 방법이 나온다. 다 해봤다. 더 아프다. 그냥 발바닥을 자극하지 않는 게 답이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을 이어주는 막에서 염증이 생긴 거라고 한다. 그것도 아주 반복적(장거리 운동 등)으로 미세한 자극이 쌓이면 발병되는 병이다. 축구선수들과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이다. 그런데 또 스트레칭하고 자극을 주라고? 그냥 건들지 않는 게 더 좋았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하겠지만 지금 열심히 스트레칭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건들지 않는 걸 추천한다.


무조건 푹신한 신발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가? 뒤꿈치의 지방이 없어진 게 원인일 수도 있겠다. 많이 걸으면 무조건 아팠다. 약을 먹고 통증이 없어지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더 걸었는데, 그다음 날 무조건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에어가 푹신한, 조던 형님이 즐겨 신던 회사의 신발만 신었다. 거기다가 집에서는 크록스 슬리퍼까지 신고 다녔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발바닥을 자극하지 않는 게 답이었다.


염증 치료로 접근하자

족저근막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결국 염증이다. 강한 염증이 오면 우리가 의존 할 수 있는 건 결국 약과 휴식이다. 족저근막염도 결국 약과 휴식이 중요한 치료 방법이었다. 일단 약을 처방받았으면 끝까지 먹자. 통증이 없어졌다고 약을 끊는 건 모기향을 끄는 것과 똑같다. 심지어 나는 통증이 없어지고 난 다음 약 5일간 약을 더 먹었다. 통증이 없어지면 바로 약을 끊었는데 계속 통증이 찾아왔고 이에 대한 해답은 약을 더욱 먹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미료 안 쓰고 왜 식당에서 먹었던 맛이 안 나냐고 불평하지 말자. 염증에는 약이 답이다. 물론 약을 먹는 기간에는 금주는 필수다. 당신의 간이 소중하다면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휴식과 수면

염증 치료에 또 중요한 요소는? 수면이다. 잠은 정말 중요하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나는 언제나 잠이 부족했다. 족저근막염이 발병한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아침 기상 시간이 1시간이나 뒤로 밀리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통증이 사라졌다. 잠은 보약이다. 비타민 따위는 던져버리자. 그리고 출퇴근하는 길에 자리가 나면 무조건 앉아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근엄한 표정 따위는 무시하자. 나는 환자다. 그리고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했다.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눈총은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족저근막염이 사라진다. 조금은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Sad but True.

지겹기도 지겨운 족저근막염 통증이 사라지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물론 내가 한 위의 방법이 결정적인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통증이 사라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할 수도 있다니 무섭지 아니한가? 나는 행복합니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제는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스마트워치로 체크하면서 말이다.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더 걷는 게 목표다. 위의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난 뒤, 걸음걸이 수를 늘리고 있지만, 통증은 전혀 없다. 정말 감사하다.

통증을 겪어본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의 방법이 진리는 아닐 것이다. 모두 개인만의 극복 방법을 찾길 바라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