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정관수술 후기 - 피 땀 눈물


오늘.

정확히 2021년 6월 4일. 나는 새로 태어났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진짜 큰 맘 먹고 실시한 정관수술인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났다.

지금 너무나 긴장하고 있을 두 자녀 아빠들을 위해 간단하게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한줄 요약 : 생각보다 고통은 적었지만 멘탈적으로 결코 만만한 수술은 아니다.



둘째 딸의 돌이 지나고 나면서 셋째는 내 능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계속해서 정관수술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오늘 저질렀다.

병원은 (어떠한 광고 협찬도 받지 않음) 응암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이다. 비용은 35만원이고 무도 정관수술의 방법이다. 수면 마취는 선택할 수 없어 보였다.


예약된 오후 3시에 방문하니 로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뚫고 카운터에 소심하게 말했다.

"오늘 세시 예약한 사람입니다."

카운터에는 세 명의 여 간호사가 있었는데 남자 간호사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드디어 실장 명찰을 찬 풍채 좋으신 남자 간호사가 등장했다. 기존에 전화상담을 해줬던 실장님이다.

그리고 그 분에게서 약 20분 동안 오늘 수술의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울림통이 너무 좋으셔서 문 밖으로 이야기가 세어나갈까 걱정되었다. 로비의 많은 사람들이 내 수술에 대해 들을까봐 말이다.(저 놈 고X 구나)

실장님이 설명해주신 수술 방법은 다음과 같다.

  • Uu에 부분마취를 한다. (총 두 번에서 세 번 찔린다)
  • Uu 가운데에 5미리 언더의 작은 구멍을 낸다.
  • 먼저 U 방향의 정관을 고리로 빼내 마디를 묶고 =={===}= 가운데를 자른다. =={=/==}=
  • 자른 단면을 레이져로 지진다. 속으로 잘 넣어주고 u 방향도 똑같이 실시한다.


이후 설명해 주신 유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술 좋아하는가? 일주일 동안 술 끊어라. 먹었다가는 Uu에 염증 생긴다.
  • 샤워는 내일부터 가능.
  • 일주일 간 달리기, 무거운 물건 들기, 자전거, 수영 등의 운동은 금물.(물론 합체도 안됨)
  • 혹시라도 상처가 아물면서 짓물이 나오거나 하면 후시딘 등을 조금씩 발라줘라
  • Uu가 갑자기 주먹만해 지면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와라
  • 3개월이 지나는 날에 문자가 자동 발송됨. 그 날 까지 10 ~ 15회 넘게 실시하고 통에 액체를 받아와라.(검사비 만원)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방에서 하의는 모두 탈의하고 수술실로 직행했다.

수술실 침대 왼쪽 옆 모니터에서는 미스트롯 시즌2가 나오고 있었다.(참고로 본인은 트롯을 너무 싫어함)


"오우, 전에 제모를 하셨었나 봐요?"
"원래 털이 별로 없습니다.."

"와, 조금만 하면 되겠네요.""

슥슥슥. 그리고 허벅지와 사타구니쪽에 테이핑을 하고 코끼리 코는 윗쪽으로 테이핑 한다. 바로 의사선생님을 호출하고 그렇게 시술은 시작되었다.

어렸을 적 불주사를 기억하는가? 어깨에 맞던 그 주사. 그게 Uu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제일 아픈 순간이다. 그리고 뭔가 분주히 손이 움직이는데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다만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은 계속되었다.(참을만 하다. 수면까지는 안해도 될 듯 하다)

어떤 후기에는 속으로 들어와서 정관을 빼내는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 마취가 제대로 안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느낌 전혀 없다.

그런 후기를 읽고 갔다가 너무 긴장했던게 오히려 화근이었다. 이게 끝이 아닐거야라고 상상하다가 온 몸에 너무 힘을 줬었다.

"끝났습니다. 괜찮죠?"

의사선생님의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수술대를 내려왔다.

다른 후기에는 한 두 바늘 꿰멘다고 하던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반창고 하나 붙여준다. 여기 Uu 피부는 꼬메면 오히려 흉터 남을 가능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아무는게 좋다는 설명과 함께.


5일치 항생제를 약국에서 받고 건물을 나서는데 웃음이 터졌다. 제 3의 인류가 된 기분이다. 안도의 웃음이었을 수도 있다. 버스를 잡아타고 무사히 집으로 귀가했다.


걱정하지 말자. 그리고 너무 긴장하지 말자. 정신적 스트레스가 날 더 아프고 힘들게 했다. 고통은 적지만 멘탈관리가 중요한 수술이다. 몸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곳을 수술하기에 당연히 그렇겠지만, 그래도 적절한 자기최면과 멘탈관리는 중요하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간단히 간식을 먹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 쉬고 있는데 아랫배와 사타구니가 살짝 불편한 느낌이다.

그리고 반창고에 피가 너무 많이 묻어 마데카솔을 바르고 집에 있던 새 반창고로 바꿔주었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그래, 멘탈관리가 중요하다.


너무 겁먹지 말고 병원으로 향하자. 그리고 제3의 인류가 되는 것이다.




셋째 보다는 그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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