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샘 10 플러스 리뷰 - 면죄부를 줘야 할 때

 국내 10인치 리더기 시장은 불모지와 다름없다. 국내 회사에서 발매한 기기는 거의 없고 외국 오닉스사에서 발매된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닉스의 10인치 이상 리더기는 정발된 상품이지만, 이마저도 중국에서 직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수령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불모지에 교보문고가 모험에 나섰다. 바로 샘 10 플러스를 발매한 것이다. 평소 기기만 팔고 사후관리는 나 몰라라 한다는 비난을 받는 교보문고 이지만, 이런 시도는 칭찬해 줄만 하다. 개인적으로 10인치 기기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정발해준 교보문고에 면죄부를 줘도 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직접 구매해서 대학원 교재도 열심히 읽어보고 교보 도서관 앱에서 여러 책을 대여해서 읽어봤다. 구매 후 약 2달이 지난 지금 내린 결론은 '면죄부를 줘도 되겠다'라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품질
전자책 리더기에서 디스플레이 품질을 의미하는 수치는 바로 PPI다. 제일 인기가 많은 6~7인치대 리더기는 보통 300PPI이다. 그런데 교보문고 샘10플러스(이하 샘10)은 200PPI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디스플레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필자도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참 고민이 많았다.
10인치로 화면은 커졌는데 디스플레이 PPI는 떨어졌다. 그것도 100PPI나 말이다. 그런데 괜한 기우였다. 10인치에서 느껴지는 200PPI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물론 300PPI 기기인 리디페이퍼 프로(이하 리페프)와 비교해보면 다소 화면이 흐릿한 느낌은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PPI가 높다고 디스플레이의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PPI는 숫자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샘10의 디스플레이 품질은 만족한다. 다만 가격이 오닉스 기기처럼 40만원을 넘어갔다면 불만이 있었겠지만, 30만원 초반인 현재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하다. 아니 충분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겠다. 훌륭하다. 그러니 디스플레이 품질은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왼쪽은 리페프, 오른쪽은 샘10


 
속도
전자책 리더기의 속도는 느리다. 태생적으로 디스플레이의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리더기에 좋은 CPU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초창기 리더기들의 속도는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느렸다. 눈이 편하기 때문에 꾹 참고 리페프를 사용했던 기억이다. 책을 새로 받아서 여는 데 최소 10초 이상의 시간이 걸렸었다. 이러한 느린 속도 때문에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샘10의 속도는 어떨까?
샘10에 쓰인 CPU는 샘7.8보다 조금 더 개선된 쿼드코어 1.6Ghz를 사용했다. (샘7.8은 1.5Ghz 이다) 와이프에게 빼앗긴 샘7.8과 비교해보니 체감되는 속도 차이가 제법 크다. 샘7.8은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었다면 샘10은 '거의 태블릿 속도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전원을 처음 켰을 때 걸리는 부팅 속도는 샘10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또한 고용량의 PDF파일을 열 때도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운영체제의 차이가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샘10은 안드로이드 11, 샘7.8은 안드로이드 8.1) 아무튼 샘10의 속도는 충분히 만족한다. 초창기 리더기인 리페프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다. 예전에는 리페프도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썼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만약 지금 초창기 리더기(크레마 그랑데, 리페프 등)를 쓰고 있다면 샘10의 속도에 놀랄 것이다.


 
배터리
결론적으로 샘7.8보다 오래간다. 물리적인 차이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샘10 3900mah, 샘7.8 3200mah) 무게를 버리고 배터리의 이점을 취한 샘10이다. 10인치의 특성상 휴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빵빵하게 배터리를 넣어준 것이 좋은 결정이라고 본다. 참고로 오닉스 북스 노트 에어2는 59만9천원 가격에 3000mah 배터리, 오닉스 북스 노트 에어2 플러스는 3700mah 배터리이다. 리더기 수준에서는 나쁘지 않은 배터리로 완충 후 충분히 일주일은 사용 가능하다. 특히 대기모드에서 배터리 소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맘에 든다. 책을 읽다가 덮개를 덮어서 슬립 상태로 놓아도 배터리가 크게 빠지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읽지 않아도 배터리는 준수하게 유지된다. 샘7.8을 사용할 때에는 120분이 지나면 전원이 자동 종료되도록 설정해서 사용했다면 지금 샘10은 자동 종료를 설정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배터리는 충분히 좋다.

 
무게
그럼 샘10은 무조건 사야 하는 기기일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조건은 아니다'이다. 바로 458그램의 무거운 무게 때문이다. 10인치대 기기는 숙명적으로 400그램을 초과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샘10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10인치 이상의 기기는 모두 400그램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무거운 무게는 샘10만의 단점이 아니라 모든 10인치대 기기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인치 기기는 ePub 파일이 아닌 PDF파일을 보는데 주목적이 있다. ePub 파일은 화면의 크기에 따라 화면 레이아웃이 편집되지만, PDF파일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큰 화면이 필수다. 필자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10인치 기기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라는 생각이다. 무거운 무게 때문에 샘10을 잘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기 때문. 출퇴근 시간의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는 핸드폰을 가로모드로 하여 PDF파일을 보고 있다. 이렇듯 무게는 샘10의 가장 큰 단점이다. 이는 샘10 만의 단점은 아닌, 10인치대 모든 기기의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디자인
하얀색 리더기로 깨끗하다. 이 전자책 바닥(?)에서는 하얀색 리더기에 대한 팬덤이 있다. 일반적으로 하얀색 리더기에 대한 불호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모든 전자책 독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다만 물리 키가 없다는 점이 큰 단점인데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다만 오닉스 기기처럼 한쪽 면이 넓다면 기기를 들고 책을 볼 때 훨씬 편했을 것이다. 베젤이 좁아 페이지가 계속 넘어가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되어 불편함이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검은색 리더기를 선호한다. 확실히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운 성향이다)

 
버그
구입하고 업데이트를 했는데 황당한 버그를 발견했다. 교보 이북 이잉크 앱이 '잠금 비밀번호 설정'으로 표기된다. 아이콘 하단에 이렇게 표기되는데 현재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앱을 설치하면 이 버그가 해결된다. 본인들이 공식적으로 패치한 업데이트에서 이러한 버그가 나온다는 점은 상당히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필자는 PDF파일 관리를 위해 원드라이브를 샘10에 설치하여 쓰고 있는데 앱 내에서 폴더를 이동하는 도중에 앱이 강제 종료되는 버그가 있다. 이는 버그라기보다는 샘10의 스펙이 부족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필자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외에도 자잘한 불편함이 있다. 교보문고 앱에서만 가로모드가 지원되며, 리디 등 앱에서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가로로 두 쪽 보기를 할 수 없다. 필자는 겪지 못했지만, 블루투스 연결성이 불안정하다는 불만도 있는 듯하다.
샘10은 아이폰처럼 깔끔한 맛은 없다. 저가 중국 핸드폰을 쓰는 느낌과 유사하다. 가성비라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참을 만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샘10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10인치대의 가성비 리더기'이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좋게 보면 가격이 싸다는 것이며, 나쁘게 보면 완벽하게 좋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샘10이 가지는 한계는 명확했다. 그렇다면 과연 사까? 마까?
 

사까?
10인치의 리더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상황(PDF파일 뷰어)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기기다. 오닉스 기기에 비하면 가격이 거의 반이다. 준수한 디스플레이 품질과 배터리 라이프는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속도는 상당히 빨라 1gb가 넘는 PDF파일도 쾌적하게 볼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PDF파일을 보고 싶다면 샘10은 구매해야 한다.
 

마까?
무게가 가장 큰 단점이다. 이는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10인치대 리더기의 모든 단점이다. 지하철에서 샘10과 가방을 들고 책을 본다? 그것도 출근 시간 9호선 급행에서? 말도 안 된다. 백팩에서 꺼내기도 불편하다. 운 좋게 빈자리에 앉는다면 상황이 달라지지만, 지하철에 앉아갈 확률을 생각해보면 샘10은 지하철에 보기 힘든 리더기이다. 또한 사소한 버그가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목적에 버그가 있다면 샘10은 구매하면 안 되는 리더기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샘10



본인이 리더기를 하나만 사야 한다면 가로 보기가 가능한 7.8인치 기기 구매를 강력 추천한다. 휴대성도 나름 준수하고 PDF파일은 가로 보기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이미 6~7인치 기기가 있고 PDF파일을 한눈에 편하게 보고 싶다면 10인치 기기를 적극 추천한다. 특히 예산에 제한이 있다면 샘10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기기다. 오닉스 10인치 하나 살 가격에 샘10과 6~7인치대 기기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0인치 기기가 전무한 국내 상황에서 샘10을 정발 해준 교보문고의 결정에 큰 찬사를 보낸다. 다만 자잘한 버그 및 가로 보기는 추후에 개선해줬으면 한다. 아직 가성비라는 타이틀을 버리기 힘든 수준이지만, 향후 독보적인 10인치 기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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